바닥에 떨어진 작은 화분을 집어 들다 '악!'하는 비명과 함께 허리를 부여잡게 되는 아찔한 순간,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셨을 겁니다. 놀랍게도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아주 무거운 물건을 들 때보다, 방심하고 가벼운 물건을 '잘못된 자세'로 드는 순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순간의 잘못된 자세가 평생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올바른 물건 들기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오늘은 우리 척추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정석 자세'를 단계별로 알아보고, 일상 속에서 허리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속 꿀팁까지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무심코 허리 숙여 물건 들기, 왜 위험할까요?
우리가 허리를 둥글게 숙여 물건을 들면, 그 무게는 온전히 허리뼈 사이의 디스크 몇 개에 집중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바로 선 자세에서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100이라고 할 때, 허리를 숙여 20kg의 물건을 들면 척추에는 무려 220 이상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합니다.
이는 디스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압력으로, 디스크가 찢어지거나 내부의 수핵이 터져 나와 신경을 누르는 '허리 디스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허리를 보호하는 핵심은 허리가 아닌 '다리 근육'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척추를 지키는 '올바른 물건 들기' 정석 자세 5단계
'스쿼트 자세'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허리는 곧게 펴고, 강력한 하체 근육을 이용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 1단계: 물건에 가까이 다가서기
물건과 몸이 멀어질수록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발이 물건에 거의 닿을 정도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섭니다. - 2단계: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안정적인 자세 잡기
다리를 벌려 무게 중심을 낮추고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만듭니다. - 3단계: 허리는 펴고 무릎을 굽혀 자세 낮추기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허리는 꼿꼿하게 편 상태를 유지한 채, 엉덩이를 뒤로 빼며 무릎을 구부려 앉습니다. 시선은 정면을 향합니다. - 4단계: 물건을 몸에 최대한 밀착하여 잡기
물건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팔꿈치를 구부려 복부나 가슴 쪽으로 최대한 가깝게 끌어당깁니다. - 5단계: 다리 힘으로 일어나기 (허리는 편 상태 유지)
복부에 힘을 주고, 허리는 계속 편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직 허벅지와 엉덩이의 힘으로 수직으로 일어납니다.
일상 속에서 허리 디스크를 예방하는 꿀팁 4가지
올바른 자세만큼 중요한 것이 허리에 부담을 주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1. 무거운 짐은 여러 번에 나눠서 드세요
한 번에 옮기려는 욕심은 금물입니다. 장을 볼 때나 이사를 할 때, 무겁다고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옮기거나, 카트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2. 물건을 들고 몸을 비틀지 마세요
물건을 든 상태에서 허리를 비트는 동작은 디스크에 가장 치명적인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방향을 바꿀 때는 허리를 돌리지 말고, 발을 움직여 몸 전체가 함께 돌도록 하세요.
3. 씻거나 청소할 때도 '무릎 굽히기'를 기억하세요
세면대에서 세수할 때 허리를 숙이기보다 무릎을 살짝 굽혀보세요. 바닥을 닦거나 물건을 주울 때도 허리를 숙이는 대신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는 '무릎 꿇기' 자세를 활용하면 허리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4.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도 주의하세요
오래 앉아있으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어 부상에 취약해집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는 팔걸이를 짚고 상체를 바로 세우면서 일어나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세요.
허리 디스크 예방에 대한 추가 질문 (FAQ)
Q1: 이미 허리가 안 좋은데,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나요?
A: 허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걷기, 수영, 실내 자전거 등이 좋습니다. 또한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플랭크, 버드독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디스크 재발 방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단, 통증이 심할 때는 운동을 쉬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Q2: 허리 보호대는 항상 착용하는 것이 좋은가요?
A: 허리 보호대는 급성 통증이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특정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착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상시 착용하면 오히려 허리 근육이 약해지는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허리 건강은 '단 한 번'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 예방은 특별한 노력이 아닌 '올바른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배운 '무릎 굽혀 앉고, 다리 힘으로 일어나기' 원칙을 꼭 기억하세요. 스마트폰처럼 가벼운 물건을 주울 때부터 의식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허리를 보호하는 자세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당신의 평생 척추 건강을 지켜줍니다.